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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상의 전쟁을 위한 무기이다’라는 문구를 담은 이 포스터는 나치의 분서 만행에도 불구하고 거대하게 버티고 선 책의 위용을 표현하고 있다. ⓒ Washington State University, 아르테 제공
“우리 부대는 독일 대대의 공격을 받았다. 우리는 고랑으로 피했다. 잠깐이지만 독일군이 우리 부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중인데도 책을 좀 더 읽고 싶다는 유혹이 일었다. 그날 조금 다치기도 했다. (…) 책이 그 정도로 흥미로웠던 것이다.”
2차대전에 참전했던 어느 미국 병사가 남긴 회고의 글이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책을 탐하는 의지가 놀랍기만 하다. ‘안네의 일기’의 안네 프랑크는 은신처에 숨어 바다이야기합법 있는 동안 아버지의 비서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주는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일기에 적었다. 전투가 치러지는 참호 속에서도, 감시와 추적을 피해 숨어 있는 가운데에서도 책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극한 상황에서야말로 책은 다른 삶으로 열린 소중한 출구로 다가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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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고 ‘공공 도서관은 무료다’라는 문구를 담은 1918년의 전쟁 포스터. ⓒ University of North Texas Digital Library, 아르테 제공
책과 전쟁은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폭격에 부서지거나 불에 탄 도서관과 함께 멸 릴게임가입머니 실된 장서들 정도가 전쟁과 관련해 떠오르는 책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나 책과 전쟁은 생각보다 긴밀하고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영국 역사학자 앤드루 페테그리(세인트앤드루스대학 교수)의 생각이다. 그가 쓴 ‘전쟁과 책’은 전쟁기에 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책은 전쟁의 포화 속에 스러지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 포화에 불을 댕기기도 하 릴게임가입머니 고, 때로는 탄환이 되어 적의 심장을 겨누기도 하며 때로는 부상병의 상처를 아물리는 반창고가 되기도 한다.
“불로는 책을 없앨 수 없습니다. (…) 어떤 인간도 어떤 무력도 이 세상에서 폭정에 저항해 온 인간의 영원한 투쟁을 구현하는 책을 앗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 전쟁에서 책은 무기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릴게임몰메가 미국 대통령이 1942년 4월에 행한 이 연설은 1933년 나치의 분서 만행을 겨냥한 것이었다. 책을 불태우는 나치의 야만에 맞서는 문명국 미국의 자부심을 표현했지만, 책이 곧 무기라는 통찰은 특정 맥락에 갇히지 않고 두루 통용될 진실을 담고 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은 전선 도서 서비스 ‘프론트부흐한델’을 운영하며 “노르웨이부터 우크라이나까지 점령지 독일군에게 이데올로기 강화용 책과 여가를 위한 책을 제공했다.” 독일의 출판물은 1940년에 2억4200만권을, 1941년에는 3억4200만권을 기록했는데 “이때가 독일 출판의 황금기였다.” 미국은 당시 진행 중이던 문고본 혁명을 활용해 진중문고를 기획했다. 1943년 9월에 첫 배포를 시작해 1947년 9월에 발행을 중단하기까지 전시도서위원회는 대략 1300여종에 1억2200만부를 지구 전역의 수백만 병사에게 전달했다. 영국의 경우 전쟁기에 이동도서관과 지하철 도서관을 운영했고 “많은 도서관에서 등록 회원 수와 대출부수가 증가”했다.
전쟁과 책 l 앤드루 페테그리 지음, 배동근 옮김, 아르테, 4만5000원
‘전쟁과 책’은 책과 잡지뿐만 아니라 선전용 전단(삐라)과 포스터, 신문, 지도, 문서 등을 포함하는 넓은 범위의 읽을거리를 대상으로 삼는다. 전쟁이 시작되면 지도 제작자들은 바빠진다. 낯선 땅에서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군사용 정밀 지도가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아쉬운 대로 관광용 지도를 활용하기도 했다. 1차대전 당시만 해도 “공군력의 주요 용도는 정찰이었다.”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정보 수집과 암호 해독 역시 전쟁의 필수 요소였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묘사된 대로 암호로 된 독일군 통신 비밀을 해독하기 위해 고전학자, 체스 챔피언, 십자말풀이 전문가, 언어학자, 역사학자 등이 동원되었고 그 과정에서 앨런 튜링은 컴퓨터의 초기 형태를 고안했다.
1918년 뉴질랜드 출신 병사들을 위해 프랑스 보베에 설립된 YMCA 열람실의 연출된 모습. ⓒ National Library/ 위키미디어 코먼스
전쟁 중의 독서는 전투가 한창인 참호보다는 부상병들이 수용된 병원이나 포로수용소 등에서 더 열렬히 이루어졌다. 로버트 키 영국 공군 대위는 네덜란드 해변 작전에 나섰다가 격추당한 뒤 포로수용소에서 3년을 보냈는데, “책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독일 전쟁포로를 위해 독일어 번역서로 총서를 만드는 사업을 기획해 24만부를 배포했다.
그렇지만 전쟁이 책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역시 부정적인 것이었다. 양차 세계대전을 통해 도서관에 있던 책 수백만권이 파괴되거나 약탈 또는 도난당했다. 2차대전이 끝난 뒤 이탈리아는 대략 200만권을 잃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1500년 이전 출판물인 인큐내뷸라 376권과 16세기 책 2315권이 포함되었다. 파괴와 약탈은 상호적이어서 베를린국립도서관과 대영박물관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영국과 독일 가정에서 파괴된 책이 1억200만권으로 추정되며, 소련 역시 1억권 이상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의 병사들을 시찰하기 위해 헬기에 오른 한 영국 장교가 가벼운 읽을거리를 즐기고 있다. ⓒ Christopher Bonebrake/ 위키미디어 코먼스
책 말미에서는 2차대전이 끝난 뒤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냉전 체제에서 책과 작가들이 수행한 역할에서부터 21세기 전쟁과 책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최재봉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우리 부대는 독일 대대의 공격을 받았다. 우리는 고랑으로 피했다. 잠깐이지만 독일군이 우리 부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중인데도 책을 좀 더 읽고 싶다는 유혹이 일었다. 그날 조금 다치기도 했다. (…) 책이 그 정도로 흥미로웠던 것이다.”
2차대전에 참전했던 어느 미국 병사가 남긴 회고의 글이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책을 탐하는 의지가 놀랍기만 하다. ‘안네의 일기’의 안네 프랑크는 은신처에 숨어 바다이야기합법 있는 동안 아버지의 비서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주는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일기에 적었다. 전투가 치러지는 참호 속에서도, 감시와 추적을 피해 숨어 있는 가운데에서도 책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극한 상황에서야말로 책은 다른 삶으로 열린 소중한 출구로 다가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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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고 ‘공공 도서관은 무료다’라는 문구를 담은 1918년의 전쟁 포스터. ⓒ University of North Texas Digital Library, 아르테 제공
책과 전쟁은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폭격에 부서지거나 불에 탄 도서관과 함께 멸 릴게임가입머니 실된 장서들 정도가 전쟁과 관련해 떠오르는 책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나 책과 전쟁은 생각보다 긴밀하고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영국 역사학자 앤드루 페테그리(세인트앤드루스대학 교수)의 생각이다. 그가 쓴 ‘전쟁과 책’은 전쟁기에 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책은 전쟁의 포화 속에 스러지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 포화에 불을 댕기기도 하 릴게임가입머니 고, 때로는 탄환이 되어 적의 심장을 겨누기도 하며 때로는 부상병의 상처를 아물리는 반창고가 되기도 한다.
“불로는 책을 없앨 수 없습니다. (…) 어떤 인간도 어떤 무력도 이 세상에서 폭정에 저항해 온 인간의 영원한 투쟁을 구현하는 책을 앗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 전쟁에서 책은 무기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릴게임몰메가 미국 대통령이 1942년 4월에 행한 이 연설은 1933년 나치의 분서 만행을 겨냥한 것이었다. 책을 불태우는 나치의 야만에 맞서는 문명국 미국의 자부심을 표현했지만, 책이 곧 무기라는 통찰은 특정 맥락에 갇히지 않고 두루 통용될 진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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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책 l 앤드루 페테그리 지음, 배동근 옮김, 아르테,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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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뉴질랜드 출신 병사들을 위해 프랑스 보베에 설립된 YMCA 열람실의 연출된 모습. ⓒ National Library/ 위키미디어 코먼스
전쟁 중의 독서는 전투가 한창인 참호보다는 부상병들이 수용된 병원이나 포로수용소 등에서 더 열렬히 이루어졌다. 로버트 키 영국 공군 대위는 네덜란드 해변 작전에 나섰다가 격추당한 뒤 포로수용소에서 3년을 보냈는데, “책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독일 전쟁포로를 위해 독일어 번역서로 총서를 만드는 사업을 기획해 24만부를 배포했다.
그렇지만 전쟁이 책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역시 부정적인 것이었다. 양차 세계대전을 통해 도서관에 있던 책 수백만권이 파괴되거나 약탈 또는 도난당했다. 2차대전이 끝난 뒤 이탈리아는 대략 200만권을 잃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1500년 이전 출판물인 인큐내뷸라 376권과 16세기 책 2315권이 포함되었다. 파괴와 약탈은 상호적이어서 베를린국립도서관과 대영박물관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영국과 독일 가정에서 파괴된 책이 1억200만권으로 추정되며, 소련 역시 1억권 이상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의 병사들을 시찰하기 위해 헬기에 오른 한 영국 장교가 가벼운 읽을거리를 즐기고 있다. ⓒ Christopher Bonebrake/ 위키미디어 코먼스
책 말미에서는 2차대전이 끝난 뒤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냉전 체제에서 책과 작가들이 수행한 역할에서부터 21세기 전쟁과 책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최재봉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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